예스24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지만 알라딘 서재에서는 종종 "흥미로운" 일들이 벌어진다. 끊임없이 이슈화되는 일 가운데 하나는 악평의 문제. 몇몇 독자들이 책의 오역 등을 조목조목 짚으면서 출판사와 번역자를 긴장하게 만들어 때로는 명예훼손과 리뷰할 권리 사이에서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리뷰나 페이퍼의 삭제를 둘러싼 갈등까지 빚는다.

출판사나 작가, 번역자의 리뷰 삭제 요청은 제법 많을 것이다. 내가 있을 때만 해도 심심치 않게 메일을 받았으니 규모가 훨씬 커진 지금은 말할 나위 없으리라. 인터넷 서점으로서는 당혹스러운 일이다. 무분별한 비난이나 근거 없는 욕설로 도배된 리뷰라면 적절한 과정을 거쳐 리뷰를 삭제할 수 있지만 일정한 형식을 갖춘 글을 삭제할 권리는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출판사나 작가가 이러한 사정을 이해한다면 다행이되, 그렇지 않다면 대개 욕을 보는 것은 독자이기 쉽다. 글을 삭제하거나 블라인드 처리하는 것이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이니까.

악평은 반드시 나쁘기만 할까? 하나의 악평이 책의 판매에 미치는 영향은 삭제 운운하며 호들갑을 떨 만큼 대단할까? 물론 신간이 나오자마자 악평만 덜렁 붙어 있다면 책에 대한 독자들의 인상은 나쁠 것임은 틀림없다. 많은 책들이 서평단을 모집하고 서평단들은 대개 호의적인 평가를 내놓기 마련이니, 다른 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다른 책도 다 그런데 하필 왜 우리 책만 가지고 그러냐는 억울함이 울컥 솟구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출판사가 내놓아야 할 반응은 '삭제 조치 요구'가 아니다.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서평을 "결정된 평가"라고 여길 게 아니라 다양한 의견 가운데 하나이자 출판사(또는 작가)를 향한 대화라고 생각해야 한다. 독자의 평가가 억울하다면, 출판사는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해야 할 일이다. 사실 대부분의 악평은 그대로 두면 절로 존재감을 잃는다. 독자들도 바보는 아니고, 한 사람의 악평만을 곧이곧대로 믿지도 않는다(좋은 말보다는 나쁜 말이 더 귀에 잘 들어오는 법이라 하더라도).

독자로서 악평 때문에 책을 구입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 악평에 설득력 있었기 때문이다. 독자서평의 의미는 그런 게 아닌가. 제대로 된 악평은 때로 독서 욕구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특히나 소설에 있어서는, 취향에 따른 호오가 사람마다 분명히 다르지 않는가. 악평의 이유는 책을 읽을 이유가 되기도 한다.

로 치명적인 서평들도 있긴 하다. 특정한 부분만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나쁜 점만을 드러내는 경우, 그것이 사람들이 많이 찾는 책이 아니라 관심 있는 몇몇 독자에게만 의미 있을 때, 서평은 책에게 사형선고를 내리기도 한다. 잘못은 바로 잡아야 하겠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 평가를 내려줄 필요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뭐, 그것도 독자에게 바라는 배려지 마땅히 그래야 할 의무는 아니다.

책은 일정의 대가를 치르고 구입하는 상품이다. 독자는 상품에 대해 이렇다저렇다 할 권리가 있다. 무작정한 삭제 조치는 콘테이너 바이케이드나 마찬가지다. 악평을 모욕이라 생각하지 않는 일이 어려운가? 대화를 시도하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가? -虎-

2008/08/01 15:10 2008/08/0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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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이드 2008/08/01 20:48

    책읽는 커뮤니티를 다니다보면, 악평/혹평에 민감한 사람들이 많더군요. 전 기본적으로, 독자이던, 소비자이던(누가 이거 가지고도 뭐라고 하더군요. 독자가 아니라 소비자다. 어쩌구. 무슨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돈 주고 사서 읽은 사람이라면, 그에 대해 오버하는 호평이건, 오버하는 악평이건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석에서 자주 말하지만, 그에 대해 작가나 편집자나 출판사에서 대응하는 것을 아주 후지다고 생각해요.

    호평이나 혹평이나, 근거없고, 초딩같은 글에 눈길이 가겠습니까. 글발 좋은 호평이 많고(왜 그런지는 말하면 입만 아프죠), 글발 있는 혹평은 희귀하기에 그런 글들이 더 눈에 들어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말씀하신대로, 혹평으로 하여금 독서욕구가 더 일어나는 경우도 있을테구요. 어쨌든 책이라는건 독자와 작가 둘이 쓰는 거고, 백만의 독자에겐 백만의 취향이 있을테니깐요.

    왜려, 전 찬사 일색이면 재미없겠습니다. 사이먼 없는 아메리칸 아이돌이 재미있겠냐구요? ^^a 책을 만드는 입장에서야 배부른 소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근데, 이 글을 보자 마자 처음 든 생각은 .. 저는 '혹평'이란 말을 사용하는데, '악평'이란 단어를 사용하셨네요. 가혹하게 평가한다. 와 악의를 담고 평가한다. 는 차이 정도일까요?

    혹평과 악평의 차이는 아주 미세할지 모르지만, 전 별 한두개짜리 리뷰들이 악평보다는 혹평이라고 생각하고 싶으네요. ^^

    • 호야 2008/08/04 09:49

      제가 말하는 악평은 말 그대로 호평의 반대, "나쁜 평가"입니다. 혹평은 악평의 정도가 심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악의를 담은 서평이라니, 근거가 있거나 없거나 그건 없어져야 할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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