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우유를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한다. 국민학교 때는 급식으로 나오는 우유를 거의 매일 먹다시피 하기도 했으나, 그 뒤로 한참 우유를 먹지 않다 보니 우유를 먹으면 장이 부글거리기 시작한다. 사실, 우유는 건강에 좋다고 해서 마셨을 뿐이지 딱히 맛있다거나 하는 생각을 한 일은 없었다(고소한 맛이 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가끔은 우유가 먹고 싶어질 때가 있는데, 그래서 마시기 시작한 것이 파스퇴르 우유. 다른 우유는 고온급속살균인데 비해 저온살균을 하고 종이팩에 담겨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기준은 <맛의 달인> 에피소드를 읽은 뒤로 배운 것이다. 하하; 그러다가 얼마전에 마트에서 새 제품이 나온 것을 보았는데 그게 파스퇴르 유기농 우유다. '유기농'이라는 건 별 관심사가 아니었는데 요즘 보기 드문 유리병이라는 것. 옛날의 우유병이 생각나면서 꽤 비싼 가격에도 갑자기 먹고 싶어졌다. 우리(아내와 나)가 누군가? 먹을 것에 온몸을 던지는 실험맨 아닌가. 냉큼 카트에 집어넣었다.
오, 맛은 좋더라. 우유에서 나는 특유의 맛(냄새? 원래 우유의 것인지 가공 탓인지 모르지만)도 없이 깔끔하고 고소하다. 향긋하기까지 하여 이제까지 맛본 우유 가운데 제일 맛있었다. 얼마간 기대감과 선입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완전히 부인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다른 우유에 비해 많이 비싸지만 그리 자주 마실 것도 아니니까. 이 정도라면 가끔 사치를 누려도 좋겠다 싶더라. 병도 좋고. -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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