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 딕슨 카, <유다의 창>, 로크미디어, 2010
존 딕슨 카의 작품 성격을 익히 안다면 ‘유다의 창’이라는 제목에서 예수를 찌른 배신의 창, 즉 ‘롱기누스의 창’ 같은 물건을 연상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존 딕슨 카의 <유다의 창>에서 말하는 ‘창’은 ‘창(槍)’ 아니라 ‘창문(窓門)’이다. 영어에서 Judas Window는 문에 자그맣게 달려 안이나 밖을 살필 수 있는 창을 가리킨다. 죄수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간수들이 사용하는 감옥문에 달린 덮개 달린 작은 창을 떠올리면 정확하다.
시작은 이렇다. “보통 사람들보다 조금 더 부자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눈에 띄는 구석이 없는 평범한 젊은이” 지미앤스웰은 어여쁜 아가씨 메리 흄을 파티에서 만나 열렬히 사랑에 빠지고 곧바로 결혼 약속까지 한다. 예비 장인 에이버리 흄에게 초대를 받아 집을 방문한 앤스웰은 술을 받아 마신 뒤 정신을 잃고 마는데, 깨어 보니 흄은 가슴에 화살을 맞아 죽은 채 쓰러져 있다. 안쪽에서 잠긴 단단한 문, 강철 셔터까지 내려진 창, 밀실에서 깨어난 앤스웰은 살인죄로 법정에 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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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의 기사>(한희선 옮김, 시공사, 2010)는 괴짜 탐정 미타라이 기요시와 그의 콤비 이시오카가 처음 만나는 작품이라 흥미를 끌었다. 시마다 소지가 자랑하는 퍼즐 미스터리의 특징보다는 극적인 연출이 더 돋보이는지라 <점성술 살인 사건> 같은 치밀한 두뇌싸움을 기대한다면 이야기의 진행을 지루해하거나 밝혀지는 진실에 허탈해할지도 모르지만 서사가 살아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야기의 몰입도는 높은 편이다. 작품이 주는 느낌은 본격 미스터리라기보다 <용의자 X의 헌신>과 비슷할지도? (이렇게 비교하면 싫어할 분들이 계시려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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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스터리를 읽을 때는 뒤표지에 실린 책 소개나 작가 정보를 가능하면 보지 않는다(적어도 책을 얼마가량 읽기 전까지는). 누쿠이 도쿠로의 <통곡> 또한 어떤 형식의 무슨 내용인지 거의 모르는 상태에서 읽기 시작했다. 사전 정보와는 별개로 ‘누쿠이 도쿠로’라는 왠지 그로테스크한 이름과(<도구라 마구라>라는 작품과 <유유백서>의 도구로 형제가 연상되었기 때문이리라) 검은 표지 때문에 무겁고 기괴한 내용이 아닐까 하는 괜한 선입견을 갖게 되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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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권이 나왔다. 미야베 미유키에 대한 애정 때문에 시작한 기획이지만 거듭해서 원고를 읽을수록 세이초에게 여사가 어떤 존경을 품고 있는지 알 것 같다. 상권의 무겁고 딱딱한 분위기를 한국 독자들이 쉽게 받아들일까 싶었는데 가장 처음 실린 ‘어느 <고쿠라 일기>전’에 감명받은 독자부터 뒤에 실린 논픽션(한국사도 아닌 일본 현대사인데)에 대한 평가도 매우 좋다. 미야베 미유키의 책처럼 가벼운 발걸음은 아니지만 제법 뭉근하게 독자 수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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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피너스 탐정단의 당혹』은 쓰하라 야스미의 첫 한국어판이다. 쓰하라 야스미는 데뷔할 당시 소녀 소설을 많이 발표했지만 그 뒤로 호러 작품을 발표하며 에드거 앨런 포에 비견되기도 하는 작가란다. 대체 어떻길래 ‘포’라는 이름까지 불러냈나 궁금하지만 「어셔가의 몰락」의 오마주라고 하는 『아시야가의 전설』(권영주 옮김, 비채, 2009년)은 아직 읽기 전이므로 패스, 『루피너스 탐정단의 당혹』은 그의 호러 경향보다는 소녀 소설의 색이 짙은 본격 미스터리 연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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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내용을 짐작하게 하는 글(스포일러)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든 소년은 영웅을 꿈꾼다. 각자 형태는 다를지언정 자신은 남들과 다르며 언젠가 세상을 구원할 사람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종종 소년은 자신이 어떤 종류의 ‘실수’ 때문에 여기에 있을 뿐 실제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다른 곳이라고 믿기도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이 세계’가 아니라 ‘다른 세계’를 상상하며 불합리한 현실과 불행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를 견뎌 낸다. 이들은 잠재적인 의미에서 모두 ‘뒤바뀐 아이(changeling)’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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