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1주의 독서 노트

독서 모임 책으로 크리스티의 『핼러윈 파티』를 골랐는데, 마침 디즈니플러스에 <베니스 유령 살인 사건>이 올라왔기에 같이 보면 좋겠다 싶었다.

2023년 12월 1주의 독서 노트

읽은 책

  • 애거사 크리스티의 『핼러윈 파티
  • 「제목을 밝힐 수 없는 국내 단편」 (두 편, 전자책)

서가에서 꺼낸 책

독서 모임 책으로 크리스티의 『핼러윈 파티』를 골랐는데, 마침 디즈니플러스에 <베니스 유령 살인 사건>이 올라왔기에 같이 보면 좋겠다 싶었다. 옛날에 읽은 기억은 있는데 인상이 옅어 무슨 내용인지는 거의 처음 읽듯 읽은 감상은 ‘크리스티치고 평작’. 재미가 없진 않았으나 핵심이 되는 두 사건의 교차점이 불분명하고 인물들이 불필요하게(?) 많이 등장하여 진상을 추적하는 과정이 산만하다. 범행 동기도 특이하다면 특이할까, 크게 납득이 되지는 않아서 푸아로 은퇴 후의 사건을 다룬 소품 정도의 느낌이다. 재밌는 점은, 현재 사건의 동기라고 짐작되는 사건이 실제로 있었는지 아닌지를 탐색하는 과정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점이다.

오히려 <베니스 유령 살인 사건>이 미스터리로서의 활력이 넘치는 느낌이었는데, 사실상 원작인 『핼러윈 파티』와는 크게 상관없는 스토리로 은퇴 후의 푸아르가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사건을 해결한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교령회를 중심에 두고 초자연적인 현상과 이성의 대결 구도로 짜여 있다. 미스터리는 약한 편이지만 원작이나 크리스티를 몰라도 즐길 만한 짜임새와 연출이고 다소 일본 미스터리 냄새가 나는 캐릭터와 과장된 연출이 대중성을 확보한 듯. 베니스가 예쁘고요…

엑소시스트』 또한 영화 때문에 꺼낸 책이다. <엑소시스트: 믿는 자>를 보기 위해 1973년작 <엑소시스트>를 다시 감상했는데 옛날에 봤던 것보다 더 멋진 영화였다. 이후의 호러 영화들이 얼마나 많이 이 영화에 빚을 졌는지 다시 한번 감탄했다. 언제나 명장면이라며 ‘스파이더 워크’나 고개가 180도 돌아가는 짤만 노출이 되는 터라 단순히 무서운 고어 영화로만 인식되는 면이 있는데 여러 가지 요소들을 뜯어보는 재미가. 원작자가 직접 참여한 영화라 소설에서는 같은 장면을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지, 스토리 구성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서 읽고 있다.

예전에는(정말 옛날이지만) 좋아하는 작품(소설)이 영상화되면 내 머릿속의 상상을 흐트릴까봐 보기를 꺼렸지만 요즘은 피할 수 없을 만큼 소설 원작의 영화와 드라마가 많아서 그러기 힘들다. 오히려 이제는 즐기는 쪽이라서, 소설에서 즐거웠던 부분을 영상에서는 어떻게 표현했을지 비교해가며 보는 터라 영상이 공개되면 읽은 책이라도 다시 한번 꺼내 보게 된다. 『거의 평범한 가족』도 구입만 해놓고 읽지 않고 있다가 넷플릭스에 드라마가 공개되었기에 다시 읽어보려고 꺼냈다. 책을 먼저 읽을지 드라마의 간을 먼저 볼지는 아직 고민중.

언젠가 읽어야지 했던 『서사의 위기』가 밀리의 서재에 올라와 있기에 서재에 담아두었다. 서두에서 저자는 두 사람의 말을 인용한다.

“우리 독자들은 마드리드에서 일어난 혁명보다 파리 라틴 숙소에서 일어난 지붕 화재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 (이폴리트 드 빌메상)
“더 이상 멀리서 오는 지식이 아닌, 바로 다음에 오는 일의 단서를 제공하는 정보만이 공감을 얻는다.” (발터 벤야민)

최근 서사, 이야기, 정보, 스토리텔링에 대해 생각을 하던 차에 서문을 읽고는 곧바로 읽기 시작했다.

웹서핑을 하다 한 작가에게 관심이 가서 눈에 띄는 「제목을 밝힐 수 없는 국내 단편」 둘을 찾아 읽었다. 한 편은 미스터리 장르라고 부르기에는 애매했고, 다른 한 편은 넓은 의미로 미스터리라면 미스터리 또는 스릴러라고 부를 수 있을 텐데 둘 다 너무 ‘의미’에 집착하여 이야기 자체의 재미를 희생했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 미스터리가 전에는 ‘오락소설’로서의 기능이 크게 강조되었다면 최근에는 ‘범죄’가 현실에서 크게 부각되면서 사회파적…이라기보다 사회비판적인 작품들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당연하고 의미 있는 방향이라고 생각하지만 우선 독자가 재밌게 읽게 만들어야 메시지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