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주 독서 일기 (9/28 ~ 10/4)

연초에 블로그를 새로 가동한 뒤로 다시 개점 휴업이 몇 개월 이어졌다. 욕심은 많고 손은 게을러서가 첫 번째 이유일 테지만 읽는 속도를 쓰는 속도가……

2026년 10월 1주 독서 일기 (9/28 ~ 10/4)

연초에 블로그를 새로 가동한 뒤로 다시 개점 휴업이 몇 개월 이어졌다. 욕심은 많고 손은 게을러서가 첫 번째 이유일 테지만 읽는 속도를 쓰는 속도가 못 쫓아가는 것도 이유다. 내 독서의 습성상 연관된 책들을 함께 읽고 쓰려다 보니 리뷰는 밀리고, 다시 읽을 책이 생기는 악순환이다. 그래서 블로그에 올리는 글의 성격을 바꾸기로 했다. 리뷰를 쓰려고 하면 아무리 개인 블로그라고 해도 자꾸 각을 잡고 쓰려는 욕심이 생기는 터라, 책 단위의 리뷰가 아닌 비완결성을 전제로 하는 독서 일기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어쨌든 독서와는 별개로 생각을 정돈하여 쓰고 싶고, 써야 한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완결된 글에 집착하다 보니 이도 저도 안 되기도 하고. 그래서 내린 결론이 잡담이다. 잡담이니까 떠오르는 대로, 다 읽은 책, 읽고 있는 책, 읽고 싶은 책, 읽기 싫은 책, 뭐든 그 주에 나와 접촉한 책에 대해 떠들기로 한다.

《미스테리아 65호》가 나왔다. 개인적으로는 ‘후기 퀸 문제’ 원고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미스터리 팬의 입에는 자주 오르내리는 논의지만 아무 데서도 제대로 소개하지 않고 있어 블루스카이에 떠들었다가 ‘청탁당했’다. 이번 기회에 공부를 하자는 욕심에 덜컥 원고를 받긴 했는데 막상 들여다보기 시작하자 뭣도 모르고 달려들었다는 후회가 들었다. 들여다볼수록 읽어야 할 책은 늘어나는데 많은 수가 번역되지 않은 일서인지라 주변 지식을 위한 책까지 살펴보려면 짧은 시간에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이라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 이런 모래 늪인 줄은 몰랐지…….

결국 어찌어찌 간신히 정리만 했는데도 진이 빠져버렸다. 미스터리 장르 책을 제법 오래 만들긴 했어도 전문 비평가가 아닌지라 거절을 했어야 옳지만 본격 미스터리의 경우에는 이러한 개념이나 논의를 알게 됨으로써 독서가 주는 재미의 폭이 넓어지기에 그 점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욕심이 커지는 바람에 충동적으로 받아들인 탓이다. 아무튼 덕분에 예정하지 않은 공부도 하고 스무 권에 가까운 책을 후기 퀸 문제의 관점으로 새로 읽는 계기도 되었으니 그 점은 좋은 경험이 되었달까.

최근 읽고 있는 책들은 타임 루프 미스터리. 신인 미나미 아소부의 『영겁관 초연속 살인 사건』을 읽고 집에 있는 관련작을 꺼내놓았다. 이쪽의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일곱 번 죽은 남자』를 다시 읽고, 역시나 타임 루프 미스터리에서 빠지지 않는 스튜어트 터턴의 『에블린 하드캐슬의 일곱 번의 죽음』도 다시 읽고 있다. 이 두 작품이 워낙 설정을 잘 살려서 『영겁관』의 개성은 오마주에 그칠 뿐이고 라이트노벨풍의 캐릭터와 분위기도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죽기 직전 눈을 마주친 사람과 동반 루프한다는 설정이 참신하고 그것을 트릭에도 잘 써먹는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다시 읽은 『일곱 번 죽은 남자』의 설계와 발상은 여전히 훌륭하지만 이런 설정에 이미 익숙해진 상태에서는 (당연히) 반복되는 이야기가 조금 지루하게 느껴진다. 좀더 콤팩트한 전개였다면 좋았을 텐데. 어느 정도는 일가족 캐릭터가 어느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점도 영향이 있을 듯. 얄팍하고 가벼운 캐릭터들로 채워져 있고 반복되는 스토리도 다른 회차와 비교해 ‘무엇이 달라졌는가’에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보니 늘어지는 감이 있다. 물론, 재독이라서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결말부에서 보여주는 진상의 놀라움과 참신함은 여전하다. 미스터리 팬이라면 이것만을 위해서라도 읽을 가치는 충분……한데 절판. 다시 나와도 좋으련만.

이 방면의 페이지 터너라면 이누이 구루미의 『리피트』를 빠뜨릴 수 없지. 나름 두꺼운 편의 작품이지만 훌렁 읽었다. 역시 속도감 좋고, 뒤쪽으로 독자를 끌어당기는 힘은 강력하다. 대사도 설명도 장황한 편이지만 눈을 그 자리에 붙잡아놓는 형태는 아니고. 후반부에서 다소 힘은 빠지지만 킬링타임용으로서는 최강에 가깝달까. 그나저나 『이니시에이션 러브』에서도 그렇고 한 가지 독서의 걸림돌이라면 도무지 좋아할 수 없는 쓰레기 캐릭터들인데……. ㅋㅋㅋ 뭐, 그것도 캐릭터 조형을 잘한 탓이라고 할 수도 있고. 잘 안 알려져 있지만 국내에서 ‘365 - 운명을 거스르는 1년’이라는 다소 촌스러운 제목으로 드라마화도 되었는데 어떻게 각색했나 새삼 궁금해져서 볼까 싶기도 하고.

다음 독서 모임 작품으로 읽기 시작한 작품은 오랜만의 아시베 다쿠. 『홍루몽 살인 사건』 이후로 읽은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초반 설정 부분은 1900년대부터 1945년까지 오사카의 풍광이 꽤 세세하게 이어진다. 제목도 정직한 『오마리가 살인 사건』은 일가 연쇄살인물이다. 본격물이라고 생각했는데 100쪽이 훌쩍 넘어가도록 사건 소식은 없다. 본격물에서 보통은 이러면 김이 빠지지만 인물을 따라가며 일가족사를 듣는 것만으로도 꽤 몰입도가 좋다. 일본 독자라면 훨씬 더 그럴 듯. 어떤 면에서는 『홍루몽 살인 사건』의 느낌도 있어서 오랜만에 다시 읽어볼까 책을 찾아봤더니 보이지 않아 당황. 이건 정리 안 하고 남겨두었던 것 같은데 없다. 중고책을 뒤져야지, 뭐. 이사를 하고 한바탕, 사무실 짐 정리를 하며 한바탕 책을 정리했더니 집은 ‘책 창고’에서 얼추 ‘서가’ 꼴로 돌아왔는데 종종 있는 줄 알았던 책이 없어 중고 서점을 뒤진다.

작품과는 상관없이, 판형은 작은데 본문 종이의 결이 안 맞았는지 뻣뻣해서 읽기가 불편한 점이 아쉽다. 한 손으로 펼쳐 읽기가 불편. 우리는 책에 대해 얘기할 때 내용물을 주로 말하지만 책만큼 담는 그릇(물성)이 중요한 매체가 있는가 싶기도 하다. 어떤 책은 내용과 상관없이 집어 들어서 페이지를 넘기고 텍스트를 읽어 내리는 경험만으로도 독서에 몰입도를 높인다.

구입한 책

  • 아시베 다쿠, 『오마리가 살인 사건』
  • 히가시노 게이고, 『옛날에 내가 죽은 집』
  • 더글러스 호프스태터, 『사고의 유희』
  • 필립 K. 딕 컬렉션 - 하야카와 에디션 (전5권)

읽은 책

  • 이누이 구루미, 『리피트』
  • 사스키아 노르트, 『디너 클럽』
  • 기타자와 도, 『온고쿠』
  • 《스켑틱 47호 - 읽기의 과학》

장바구니에 담은 책

  • 자크 푸트렐, 『열세 번째 방의 문제』
  • 앤 클리브스, 『까마귀 덫』
  • 계정민, 『흑인 탐정』
  • 미쓰다 신조, 『미미소기』

책꽂이에서 꺼낸 책

  • 스티븐 킹, 『캐리』
  • 자크 푸트렐, 『13호 독방의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