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 Or Die, Again.
블로그를 다시 연다. 처음 이 도메인으로 ‘개인 홈페이지’를 시작했던 건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오래되었다. 그 뒤로 다시 열 준비를 했다가 그만두기를 몇 번인가는 세기 힘들다. 여유가 없을 때는 그렇다 쳐도 여유가 생기고 나서도 쉽게 시작하지 못했던 건 역시 타고난 게으름 때문일 테다. 아무려나, 더 질질 끌었다가는 정말로 도메인만 있는 유령 사이트가 되어버릴 것 같아 그저 시작한다.
주로는 미스터리 장르에 관한 감상이 될 테지만, 독자로서 편집자로서의 수다도 거들 것 같다. 이 블로그를 다시 여는 목적은 하나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함께 좋아하며 읽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책이란 뭔가 삶에 보탬이 되어 읽는 게 아니라 그저 재밌는 오락거리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많아지는 것, 그래서 같이 수다 떨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다.
덧)
블로그명이 다소 협박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독서와 죽음 중에 선택을 하라니. 나는 이 이름을 ‘읽을 것인가, 죽을 (만큼 후회할) 것인가’라고 해석하는 걸 좋아한다. 읽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만큼 재밌는 책들을 소개하고 싶다는 의미다. 이 이름은 애니메이션 <R.O.D>에서 따왔다. 책에 죽고 책에 사는(말 그대로) 종이술사이자 대영도서관 특수공작부 에이전트 요미코 리드맨(이름조차 ‘読子’ ‘Readman’이다)을 주인공으로 하는 코믹 액션 스릴러… 지금은 감상하기 힘들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사랑스러워하지 않을 수 없는 애니다. 요미코 리드맨의 코드네임인 ‘더 페이퍼(The Paper)’에서 딴 thepaper@readordie.net은 아직도 쓰고 있는 이메일 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