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탐정의 추리를 추리할 수 있습니까?” 아이자와 사코, 『인버트』

“추리소설의 세계는 단순해서 좋아요. 논리만 구축하면 경찰은 납득해줄 거고, 범인은 흔쾌히 자백을 해요. 재판까지는 생각하지 않아도 돼요. 저는 그 부분이 명쾌해서 좋아요.”

“당신은 탐정의 추리를 추리할 수 있습니까?” 아이자와 사코, 『인버트』

인버트』를 이야기하자면 시리즈의 전작인 『영매탐정 조즈카』(비채 펴냄, 2021)를 먼저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영매탐정 조즈카』는 걸작이냐 평작이냐 망작이냐의 평가를 떠나 최근 몇 년간 본격 미스터리 팬 사이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야기되고 있는 작품 가운데 하나다. 이 작품은 아무도 단순하게 추천하지 않고 한마디를 덧붙일 것이다. 감상은 반드시 ‘끝까지 읽고’ 이야기할 것.

이에 대해 즉각적으로 떠오를 ‘이유’라면 특별한 반전일 텐데, 반전이긴 반전이지만 보통의 작품과는 달리 그때까지 감내해야 할 몫이 크다. 연작 단편집의 구성이라 보통은 첫 번째 단편 정도를 읽어보고 하차를 결정하라고 하겠지만 굳이 끝까지 읽어보라고 하는 이유는 작품 자체가 아예 바뀌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아직 『영매탐정 조즈카』를 읽지 않았지만 관심이 있는 독자들은 돌아가서 작품을 읽고 오시라.


☢️ 여기서부터 스포일러 주의 ☢️


독자로서의 개인적인 감상을 덧붙이자면 『영매탐정 조즈카』의 마지막 책장을 덮었을 때의 감정이란 우타노 쇼고의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김성기 옮김, 한스미디어 펴냄, 초판 2005년/개정판 2019년)를 처음 읽었을 때와 비슷했다. ‘서술 트릭’이라는 서브 장르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를 때 뒤통수를 맞았던 감각. 나중의 감상은 그래서 결말이 어땠다는 단순한 사실밖에 남지 않았다는 부작용이 있었지만. 본격 미스터리에서 진상을 알고 난 뒤의 복기를 위한 재독은 필요불가결한 독서의 과정이지만 서술 트릭 미스터리는 한발 더 나아가 그전에 인식했던 ‘사실’까지 뒤바꾸어놓는 강력한 한 방이 있는 장르다. 서술 트릭 미스터리가 본격 미스터리 팬 사이에서도 제법 호오가 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매탐정 조즈카』는 거기에서 한 번 더 또아리를 틀어 꼬리를 보이지 않는다. 또 하나의 머리가 달려 있는 꼬리를. 앞에서 보여줬던 ‘라이트노벨 팬이 아니라면 견디기 어렵다 싶은’ 요소들이 전부 뒤집어지면서 작품의 성격 또한 완전히 바꾸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걸 위해 세 편이나 되는 단편을 소비하면서까지. 보통 첫 단편을 읽고 나면 작품 전체의 구성이 짐작되니까 말이다.

<니어: 오토마타>가 떠오른다. 책은 몰라도 게임은 2회차를 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 게임은 다회차가 필수인데, 1회차에 플레이한 내용을 그대로 좇지만 플레이하는 인물이 바뀌면서 시점이 바뀌며 사건도 새로운 양상을 띠면서 다음 스토리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영매탐정 조즈카』의 재독은 마치 이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본래의 의미인 재독과는 다른, 새로운 작품 감상으로 이어지는 2회차 독서다. 반전을 한 번 ‘빵’ 하고 맞고 충격을 머금은 채 책을 그냥 덮지 않아야 한다. 그제야 비로소 작품의 주인공인 조즈카 히스이의 캐릭터가 어떤 모습을 띠고 있는지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영매탐정 조즈카』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은 까닭은 조즈카라는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없이 『인버트』를 읽으면 그럭저럭 잘 쓰인 본격 미스터리 단편 셋을 읽는 재미밖에 못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영매탐정 조즈카』에서 보인 ‘트릭’은 단 한 번뿐이라 후속작에서 이걸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궁금증은 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만난 속살은 의외로(?) 논리로 정면승부하는 도치서술 미스터리 단편집. 그래서 ‘인버트(invert)’다.

세 단편 모두 범인이 먼저 등장하여 범행을 저지르고 진상을 파악한 조즈카가 범인에게 접근하여 사건을 해결한다. 독자는 범인을 알지만 핵심이 되는 범행 방법을 모두 알지는 못한다. 전작에서도 보여줬지만 『영매탐정 조즈카』는 그저 마지막 반전에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는 미스터리는 아니다. 오히려 마지막의 반전이 놀라워서 다른 논리적 추론을 가리고 있었다고 한다면 이번 작품집에서는 견실한 논리의 흐름을 충분히 맛볼 수 있게 해준다. 오히려 그런 점 때문에 전작에 비해 평범하다고 느껴질 독자는 있을 것이다. 작가가 이에 대해 의식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조즈카는 마코토에게 이런 하소연도 늘어놓는다.

“추리소설에서도, 독자에게 논리는 외면당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은 대부분 막연하게 범인이 누군지만 알면 된다고 생각하죠. 범인이 누군지 알 것 같으면 앞을 내다봤다며 만족해버려요.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논리 같은 건 깡그리 무시하죠. 그러니 작가가 일부러 범인이 누군지 알 수 있게끔 써 내려간 소설에서도 자기 힘으로 범인을 알아낸 줄 알고 흡족해하는 거예요. 그래서 범인이 누군지 처음부터 알면 바로 흥미를 잃고 생각하기를 관둬버려요.”
“추리소설은 추리를 즐기기보다는 놀랄 목적으로 읽는 것 같아요. 의외의 범인과 의외의 결과. 추리소설이라면서, 예상 밖의 범인이나 의외의 결말만 제시하면 탐정의 논리는 어떻든 상관없는 거죠. 그런 데 열중하는 건 작가와 일부 마니아뿐.”

그리고 이런 대목에서 낄낄거리고 읽을 수밖에 없는 본격 미스터리 팬이 있다……. 작가는 알고 있다. 바로 그것이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제아무리 논리가 완벽하다고 해도 오로지 논리만으로는 사람들을 납득시킬 수 없다.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것이 미스터리 작가의 숙명이다. 아이자와 사코는 그걸 이 작품집 안에서 구현한다. 마지막 단편에서 ‘서술 트릭’의 장치를 현실의 사건으로 끌어들이는 솜씨는 아이자와 사코가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얼마나 세밀하게 이해하고 있고 그것을 작품에 어떻게 적용하려고 애를 썼는지 알 수 있다.

인버트』는 도서 추리의 묘미인 탐정과 범인의 (독자만이 알 수 있는) 긴장의 연속을 잘 활용한다. 전작에서 형태를 잘 잡은 조즈카라는 캐릭터는 이번 작품집에서 본연의 모습을 독자에게 드러내며 한껏 실력을 발휘하면서 메타 미스터리적 성격을 부여해 독자에게 새로운 시점을 선사한다. 작가가 제시하는 단서는 범인이 남긴 흔적뿐이 아니라는 것. 탐정, 즉 조즈카의 말과 행동까지 단서 삼아 “탐정의 추리를 추리”해보라고 독자를 도발한다. 사실 어떤 작품에서든 우리는 이미 탐정의 언행을 통해 단서를 얻어 추리하지만 그것을 끄집어내어 새로운 형식의 ‘독자에의 도전’을 시도한다.

전작에서 다소 흐릿하게만 보였던 마코토의 존재감을 높아진 것도 재미의 하나. “히스이에 관해 아는 건 별로 없다. 알고 있다 해도 다 거짓말인 것 같다. 예를 들면 이름, 나이, 출신 지역 등 지금껏 알려준 것이 전부 허구가 아니라고 어떻게 단언할 수 있겠는가”라는 마코토의 말을 들어보면 조즈카의 정체 또한 미스터리적 장치의 일부라고 상상할 수 있을 듯. 『시인장의 살인』의 하무라처럼 ‘제대로 된 왓슨’을 열망하는 마코토의 이야기도 더 듣고 싶다. 두 사람의 사연이 더 많이 드러나지 않아 아쉽지만 그만큼 속편이 남은 것 같아 기대감은 더 커진다.

♠︎ 《미스테리아 55호》 ‘취미는 독서’ 코너에 실은 원고를 수정하고 다듬어 게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