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와 오컬트는 서로 대적하지 않는다 - 이마무라 마사히로, 『디스펠』

“우선 세 사람 나름의 규칙을 정해야겠지. 탐정이 주위를 설득하는 것처럼 어떤 추리라면 정답으로 인정할 것인지 결정하는 거다.”

논리와 오컬트는 서로 대적하지 않는다 - 이마무라 마사히로, 『디스펠』

계속해서 두 가지가 마음에 걸려서 작년에 읽은 작품을 다시 꺼내 들었다.

디스펠』은 세 명의 초등학교 6학년 유스케, 사쓰키, 미나가 자신이 사는 마을의 7대 불가사의를 조사하는 이야기다. 여기에 사쓰키의 사촌언니 마리코의 살인 사건에 숨겨진 진상이 겹쳐 마치 소년 탐정단의 모험물 같은 느낌을 준다. 그렇다, 『디스펠』을 읽으며 나는 미스터리라기보다는 모험물을 읽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아이들이 주인공인 탓이 가장 크겠지만 살인 사건이 얽혀 있다고는 하나 기본적으로 괴담의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바탕이 되어 있는 데다 목표가 학교 게시판을 위한 기사 작성을 위한 행동이라는 것, 다양한 어른들의 도움을 얻어 다음 단계로 진행하는 과정, 그리고 그것을 통해 변화하는 세 사람의 관계와 각자의 사정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은 모험물의 그것과 똑같았다.

그렇기에 재밌게 읽으면서도 아쉽다는 마음도 한켠에 남아 있었는데, 그래도 미스터리 구조로도 탄탄한 플롯에 장르적으로 눈여겨 볼 만한 요소들이 세심하게 박혀 있어 독서 만족도는 좋은 편이었으리라. 결말을 제외하면. 진상이 확정되었을 때 내 심정은 ‘아, 이런 결말인가……’였다. 어째서? 이마무라 마사히로니까, 『시인장의 살인』을 쓴 작가이기에 기대하는 형태의 결말이 있었다. 그런데 왜? 10대를 위한 모험물이라서? 『디스펠』의 플롯을 가만 보면 주인공이 아이들일 필요도, 다른 식의 결말을 상상하지 못할 것도 없다. 계속 그 두 가지가 마음에 남아 있었다.

한동안 책을 뒤적이며 독서 노트를 살펴보다가 한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중요한 건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증거가 없어도 논리의 힘으로 모두의 지지를 얻으면 돼.”

삼총사의 모험을 돕는 ‘마녀’가 아이들에게 한 조언이다. 유스케와 사쓰키와 미나는 아직 초등학생이고,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되어 있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범인을 체포하고 기소하여 재판에서 이기는 게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세 사람 모두 납득할 수 있는 답이냐는 것.


☢️ 여기서부터 스포일러 주의 ☢️


“그걸로 사건을 해결하는 게 미스터리 속 탐정의 역할이다. 수상쩍은 논리를 그럴듯하게 조합해서 모두를 설득하는 것. 그러면 독자들도 불평하지 않지. 너희가 지금 하려는 것도 마찬가지야.”

가만 생각해봤다. 내가 이 작품을 읽으며 이들의 추리나 논리가 합리적이지 않다고 느꼈던가? 그렇지는 않다. 최종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미스터리로서’ 『디스펠』을 매우 즐겼다. 그래서 책을 덮고 난 뒤 결말의 아쉬움이 더 컸다. 잠깐, 나는 합리적인 논리에 의해 도출된 진상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건가? ‘초자연적인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답이라서? 아니, 한 번 더 잠깐. 이마무라는 혹시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추리를 통해 초자연적인 존재를 증명하는 작품을 쓴 것인가? 저 유명한 “불가능한 것을 모두 제외하고 남는 것은 그것이 아무리 믿기지 않더라도 진실”이라는 점을 끌어와서? 나는 그 ‘아무리 믿기지 않는 진실’을 못 받아들였던 건가?

최근의 경향을 살펴보면, 오컬트와 괴담이 흥하면서 『디스펠』 같은 미스터리가 많아졌다. 오컬트와 미스터리의 조합이 재밌을 수밖에 없는 건, 한쪽은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존재를 탐구하며 다른 한쪽은 그런 것들을 배제한 채 현실적인 논리만으로 사건을 해결하기 때문이다. 결코 섞이지 않을 것 같은 성격의 장르가 섞이며 미스터리가 오컬트를 논리적으로 파훼하느냐, 논리로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을 남겨두느냐의 경계를 달리는 것이다. 이 조합이 흥미로운 것은 오컬트에도 규칙과 논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 부분이 현실과 결합하여 미스터리로서의 재미를 부추긴다.

오컬트(괴담)와 본격 미스터리가 섞이는 경우, 보통은 오컬트적인 규칙을 세계로 받아들여 그것을 전제로 논리적인 추론을 펼친다. 시로다이라 교의 『허구 추리』처럼. 그게 아니면 미쓰다 신조의 도조 겐야 시리즈처럼 주요 사건은 합리적인 추리로 파훼하되 현실적인 논리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을 남겨두기도 한다.

그런데 『디스펠』은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하지 않는다. 단지 ‘불가능한 것’에서 ‘초자연적인 존재’를 배제하지 않을 뿐. 나처럼 결말의 진상에 실망한 독자는 ‘그것 말고 다른 답이 있을 거야’라고 고집을 피우는 독자이리라.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주인공을 굳이 초등학생으로 설정한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 같다. 아직 덜 성장하여 머리가 굳지 않은 이들은 어른보다 다양한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훨씬 유연할 테니까. 그렇다. 어른의 현실에서 사건을 추적한다면 이 작품 속의 진상과는 다른 진상을 얻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앞에서 얘기했던 대로 이 작품은 세 초등학생 친구가 납득하기 위한 모험이다. 이들이 납득했다면 이들에게는 진상,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싶었는지도.

그러고 보면 주인공 삼총사에게 도움을 주는 할머니가 자신을 ‘할머니’가 아니라 ‘마녀’라고 부르라고 한다든지, 한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그래서 합장하거나 기도하는 게 중요하단다. 신앙과 관계 없이 그런 행동을 취한다는 건 우리가 그 대상을 받아들인다는 걸 의미하지. 눈에 보이지 않고 느낄 수 없더라도 우리가 ‘인식하는 세계’가 확장되는 거야. 반대로 생각하면, 네가 말하는 오컬트적 존재에게도 인식된다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말을 했던 것을 보면 작가가 오컬트적 결말에 대한 복선을 깔고 있었네. 단박에 이해하지 못해 미안합니다, 이마무라 선생님.

그렇다 해도 결말의 진상에 호오가 갈릴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나는 개운해졌고, 작가가 의도한 방향에 납득할 수 있었다. 이런 스토리텔링을 할 줄 아는 작가라니, 이마무라 마사히로의 점수는 마음속에서 대폭 상향되었다. 혹시나 『디스펠』을 아직 읽지 않은 상태에서 이 리뷰를 읽은 독자라면, 이런 결말은 싫을 것 같다라고 생각하지 말고 도전해보시라. 결말의 호오를 제외하더라도 그에 이르는 과정은 미스터리 팬으로서 즐기지 않고는 아쉬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