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일기 2026년 10월 2주 (10/5 ~ 10/11)

최근 내 병렬 독서는 쇼츠에 길들여진 영향인가 싶은 생각을 하고 있다. 원래도 ‘꼬리 물기 독서’를 하는 편이라 어떤 책을 읽다가도 거기서 관심 있는 뭔가를 발견하면 관련 책을 꺼내 오거나…

독서 일기 2026년 10월 2주 (10/5 ~ 10/11)

최근 내 병렬 독서는 쇼츠에 길들여진 영향인가 싶은 생각을 하고 있다. 원래도 ‘꼬리 물기 독서’를 하는 편이라 어떤 책을 읽다가도 거기서 관심 있는 뭔가를 발견하면 관련 책을 꺼내 오거나 얼른 읽고 싶은 책을 참지 못하고 펼치는 편이기는 하지만 근래에는 읽는 도중의 책이 열 권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종종 읽다가 만 책의 앞 내용이 흐릿해질 즈음에는 슬그머니 책꽂이로 자리를 옮기기 십상이다. 때로는 원고 등 필요에 의해서 강제적으로 병렬 독서를 하게 되는 것까지 감안하면 양은 더 늘어난다. 쇼츠나 숏폼만 경계할 게 아니라 병렬 독서를 경계해야 할 지경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독서 루트도 큰 원인 가운데 하나다. 내가 읽는 책들은 신간을 구입할 때도 있지만 중고도 제법 구입하고 거기에 도서관 대출까지 겹친다. 대출 도서는 기간이 정해져 있으니 독서 순서를 흐트러뜨려 병렬 독서를 부추긴다. 종이책뿐인가. 전자책은 주로 밀리에 새로 등록되는 작품을 찾아 읽거나 없는 작품은 리디에서 구입한다. 전자책의 경우는 집중해서 읽지 않아도 되는 작품, 앞을 뒤적이며 읽지 않아도 되는 작품, 훑어 읽을 작품을 고른다. 소설은 전자책 리더기로 읽지만 epub이 아니라 잡지처럼 PDF로 만들어진 전자책은 노트북(또는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옛날에, 도서관에서 대출도 하지 않고 오로지 구입한 책만 읽을 때는 책상에 놓인 책을 눈으로 보며 읽을 책을 살피면 되었지만 전자책은 종종 읽고 있는 책이 있다는 사실을 까먹을 때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일주일간은 스튜어트 터턴의 『에블린 하드캐슬의 일곱 번의 죽음』과 스티븐 킹의 『캐리』밖에 못 읽었으니 성공인 건가. (사실은 그냥 독서 속도가 느릴 뿐이지만.) 스튜어트 터턴의 작품은 지난 주에 이어 루프물 독서의 연장이다. 종종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일곱 번 죽은 남자』와 『인격 전이의 살인』의 결합이라고 평가되는데, 등장인물도 많아 조금이라도 집중을 흐트러뜨리거나 시간을 두고 읽으면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 분량도 많아서 이런 유의 작품치고는 독서 장벽이 있는 편. 그래서 그런지 작품의 재미에 비해 금방 절판되었다.

쭉쭉 내달려 읽을 수 있는 책들을 주로 읽어서 그런지 오랜만에 계속해서 앞에서 읽은 페이지를 뒤적거리며 머리를 쥐어짜내 읽는 맛이 있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를 연달아 되뇌일 수밖에 없는데, 새 눈물만큼씩 제시되는 단서를 모아 전체 세계를 구성하는 맛이 특별하다. 작가는 이렇다 저렇다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게 좋다. 다른 독자들도 이 지점에서 호오가 갈리는 듯. 내 경우는 매우 ‘호’.

같은 계열의 작품으로 연장으로 지난 주 재독한 이누이 구루미의 『리피트』를 (무려) 국내에서 드라마화한 <365 - 운명을 거스르는 1년>도 보고 있다. 방송할 당시에는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들어 선뜻 보게 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는 속도감 좋고 각색도 나쁘지 않다. 국내 드라마니까 원작의 쓰레기 인간 주인공은 평범하게 선한 인물로 옮기고 로맨스도 한 푼. 캐릭터는 거의 다 국내 환경(?)에 맞게 바꿨는데 이게 좀 전형적이라 아쉽지만 원작과 비교해 보는 맛은 있다. 다만, 핵심이 되는 설정은 대충 눙치고 넘어가는 데다 인물의 행동들도 전부 개연성과는 거리가 멀어 그 점이 걸림돌이다. 중간쯤 봤는데 초반의 흥미가 하락하여 동력을 잃어가는 중.

『캐리』는 황금가지에서 나온 50주년 기념 신장판을 새로 읽었다. 신장판이지만 디자인과 장정의 변화가 크고 번역은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다. (사실 번역 자체보다는 외래어 표기법이. 『캐리』처럼 여러 번 영상화되고 여기저기 지속적으로 인용되는 작품인 경우에는 인물이며 장소명이 제각각인 게 너무 괴롭다.) 데뷔작답게 킹 초기에서 보이는 날것의 거친 느낌이 살아 있어서 좋다. 이제는 흐릿해진 디테일을 되새기며 보는 맛도 있고. 물론, 이것은 마이크 플래너건의 드라마 <캐리>를 위한 복습이다. 킹이 아직까지 신작을 정력적으로 내놓는 작가다 보니까 그렇게 오래된 것처럼 느껴지지 않지만 『캐리』는 1970년대 작품이다. 같은 시대에 나왔던 아이라 레빈의 『로즈메리의 아기』나 윌리엄 피터 블래티의 『엑소시스트』는 엄청 (오랜) 고전 느낌인데. 처음 이 작품을 읽을 때는 잘 몰랐는데 1970년대 오컬트 호러 붐의 중간에 나온 작품이라 생각하니 새삼 다르게 느껴진다.

구입한 책

  • 아시베 다쿠, 『홍루몽 살인 사건』
  • 강화길, 『괜찮은 사람』
  • 김준녕, 『제』

읽은 책

  • 스튜어트 터턴, 『에블린 하드캐슬의 일곱 번의 죽음』
  • 스티븐 킹, 『캐리』

장바구니에 담은 책

  • 니시무라 교타로, 『7인의 증인』
  • 크리스티나 리베라 가르사, 『타이가 열병』
  • 유즈키 유코, 『지지 않는 벚꽃』
  • 리 차일드, 『사라진 내일』
  • 백지구, 『하드보일드 세븐』

책꽂이에서 꺼낸 책

  • 제프리 아처, 『한 푼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 오야마 세이이치로, 『붉은 박물관』
  • 오야마 세이이치로, 『기억 속의 유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