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되돌아가 읽기

나는 ‘앞으로 되돌아가 읽기’를 단순히 앞의 사실을 확인하는 것을 넘어 내가 파악하고 있는 맥락을 보완하기 위한 독서 행위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종이책과 전자책의 차이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미스터리 독자에게 유독 곤혹스러운 건 ‘앞으로 되돌아가 읽기’다. 사건을 따라 읽다 보면 앞에 서술했던 사실이나 특정 인물이 했던 대사를 다시 살펴보는 일이 종종 있는데 전자책은 이게 영 불편하다. 그나마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은 수월한 편이지만 전자책 리더기는 여간하지 않으면 앞쪽을 들춰 읽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 그래서 전자책일 때 앞쪽에 도면이나 지도가 몇 장이나 되는 작품을 만나면 최대한 꼼꼼하게 머릿속에 넣고 책을 읽으려고 한다.

종이책이라면 읽던 페이지에 손가락을 걸치거나 책갈피를 끼워두고 얼마든지 내가 원하는 페이지를 훌렁훌렁 넘기며 찾을 수 있다. 몇 번이든 왔다 갔다 하며 읽을 수 있다. 도면이 앞에 있다면 플래그잇으로 표시를 해두고 필요할 때마다 들춰보면 된다. 그런데 이런 기사를 봤다.

아마존 킨들, 스포일러 없는 AI 독서 도우미 도입…독서 경험 혁신

구매하거나 대여한 책에서 문장을 선택한 뒤 등장인물, 줄거리, 주요 설정 등에 대해 질문하면 AI가 즉각적이고 맥락에 맞는 설명을 제공하고, 추가 질문을 통해 세부 내용을 확인할 수도 있다.

전자책도 종이책의 물성을 따라잡기 위해 여러 가지로 애쓰고 있구나, 국내 앱에도 도입되면 편하겠네, 싶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앞으로 되돌아가서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확인하는 것도 독서의 일부분 아닌가? 그걸 AI에 맡긴다니 ‘나만의 독서’를 침해당하는 기분인걸, 이라는 비뚤어진 생각을 한다.

‘앞으로 되돌아가 읽기’는 단순히 앞의 사실을 확인하는 것을 넘어 내가 파악하고 있는 맥락을 보완하기 위한 독서 행위의 일부다. 똑같이 책을 읽더라도 책의 모든 부분의 독서 농도는 같지 않다. 앞에서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 옅은 농도로 읽은 부분이 뒤쪽에서 의미를 획득하며 짙은 농도를 요구하게 되면 그 자리로 되돌아가 필요에 따른 농도로 다시 독서를 한다. 그렇게 나만의 독서 농도를 찾는 것이다. AI가 찾아주는 책의 정보에는 농도가 없다. 그냥 내 것이 아닌 정보다. 흥, AI는 도면을 읽어주지도 못할 테고.

그래, 막상 서비스가 되면 나도 잘 활용할 것이 틀림없다. 얼마나 편하겠는가. 게다가 ‘앞으로 되돌아가 읽기’가 독서의 일부라면, 앞으로의 세상에서는 이런 AI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독서의 일부가 될 수도 있으리라. 아마존 킨들은 이전 권을 요약해 보여주는 리캡스(Recaps)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시리즈가 많은 장르물에서 오랜만에 신작을 읽을 때 이전 줄거리를 요약해주는 서비스다. 이제까지의 전자책이 한없이 종이책에 가까워지려고 했다면, 이런 서비스야말로 전자책만의 특성을 갖춘 매체적 물성을 획득해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독자로서는 그렇지만 편집자의 입장으로 돌아서면 조금 복잡한 심경이다. 기사에서도 언급하고 있듯 이런 서비스는 책의 내용을 전부 학습한다는 것을 전제로 할 텐데, 당연히 저작권 문제를 피할 수 없다. 그러고 보면 아마존의 ‘룩 인사이드(Look Inside)’ 서비스(국내 서점의 ‘미리 보기’ 서비스는 표지를 포함하여 앞의 몇십 페이지 정도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만 룩 인사이드는 본문 내 검색도 가능하다)도 처음 구현 당시 출판사와 갈등을 빚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