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일기 2026년 10월 4,5주 (10/20 ~ 10/31) : 옛날 책을 꺼냈다

음악도 마찬가지지만, 특정 시기에 읽었던 특정 책 또한 독서 당시의 기억과 감정을 품고 있다. 나는 내가 읽은 책에 나의 사념이 남는다고 믿는 사람이라, 그때의 책을 읽는다는 건 그때의 나와 교감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독서 일기 2026년 10월 4,5주 (10/20 ~ 10/31) : 옛날 책을 꺼냈다

현재 내 독서의 80%는 장르소설, 그중에서도 번역서 비중이 많이 높은 미스터리 장르다. 나의 독서 근육이 길러졌던 시절에는 꽤나 잡식성이었고, 지금도 흥미로워 보이는 책이라면 분야, 장르를 막론하고 집어 들기도 한다. 꽤 오래 비슷한 유의 독서를 지속하다 보니 어휘나 문장이 편향되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 더하기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서 책장을 살펴 몇 권을 꺼냈다. 음악도 비슷하지만, 특정 시기에 읽었던 특정 책 또한 독서 당시의 기억과 감정을 품고 있다. 나는 내가 읽은 책에 나의 사념이 남는다고 믿는 사람이라, 그때의 책을 읽는다는 건 그때의 나와 교감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생각이 깊었던 당시에는 내 책을 빌려주지 않았다. 나처럼 책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을지 모른다는 걱정도 있지만 같은 책이라도 내가 읽은 책에 다른 사람의 사념이 섞이는 걸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은 책을 빌려주지 않았고, 빌려주지 않을 수 없을 만큼 가까운 사람에게는 책을 새로 사서 아예 선물로 주기도 했다. 반대로, 빌려 읽거나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읽을 생각도 하지 않았고. 아무려나, 오래 손에 들지 않았던 책의 책장을 넘길수록 당시의 편린이 어렴풋하게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다. 이 책을 좋아했던 누가 있었고, 그 때문에 내가 어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내 독서는 어떻게 바뀌거나 이어졌는지. 그때와 지금의 독서는 사뭇 다르지만 결코 끊어져 있지 않다. 신화에 대한 관심이 박상륭으로 뻗쳤던 당시를 생각하며 당분간은 ‘옛 책’을 들춰보려고 한다.

관심 있는 북펀딩이 두 개 걸렸다.

하나는 올해 엘릭시르가 출간 예고했던 백귀야행 시리즈(교고쿠도 시리즈)인데, 와디즈에서 11월 중순까지 펀딩 중이다. 원고 때문에 최근 손안의책 버전으로 『우부메의 여름』을 다시 읽었는데 여전히 좋다. 이 시리즈 하면 ‘교고쿠도의 장광설’이 제일 많이 언급되곤 하지만 그저 지식을 늘어놓는 게 아니라 스토리 구석구석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게 새삼 느껴진다. 나의 최애(라고 말하면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지만 아무튼) 왓슨 세키구치도 반갑고. 번역서가 출간된 지 20년 가까이 된 책을 보고 있자니 원서에 쓰였을 기인―――줄표라든지 작은 글꼴과 빽빽한 행간, 띄어쓰기로 들여쓴 본문 스타일, ‘소화’(쇼와) ‘명치’(메이지)처럼 한자어를 읽은 방식 등이 어쩐지 정겹다. 오래된 헌책을 부러 구해서 읽는 느낌. 이런 느낌은 개정판에서는 없어졌겠지.

또 하나의 펀딩은 여름에 열렸던 미스터리 컨퍼런스 2026 관련 책자다. 행사 이후 후기나 관련 기사 등을 찾기 힘들어 서운했는데 행사의 강연 내용을 묶어 ‘창작자를 위한 미스터리 트렌드 2026’이라는 제목으로 내놓았다. 제목에서 볼 수 있듯 주로 창작자나 기획자를 위한 내용이고, 독자를 위한 비평의 성격은 적은 편이라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마음이 좀 있지만 어떤 이야기가 나왔는지 궁금함을 풀 수 있을 것 같다.

읽은 책

  • 정해연, 『살인 택배』

책꽂이에서 꺼낸 책

  • 강화길, 『화이트 호스』
  • 박상륭, 『열명길』
  • 고종석, 『제망매』
  • 이윤기, 『나비 넥타이』

구입한 책

  • 아이자와 사코, 『인버트 2』
  • 미쓰다 신조, 『축복하는 요메쿠비』
  • 정해연, 『살인 택배』
  • 현찬양, 『식탐정 허균 2』
  • 최인서, 『한국사 이상현상 연구원』